유방촬영에서 이상 없다더니, 유방암이었습니다 (feat. 치밀유방)
2년마다 유방암 검진을 받았고 매번 이상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유방암을 놓쳤을까요? 치밀유방이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알았고 검진에 놓치기 쉬운 진짜 이유를 경험담으로 적어볼게요.

유방촬영에서 이상 없다더니, 유방암이었습니다 (feat. 치밀유방)

아무 날도 아니었던 그날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자려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무심코 몸을 뒤척이는데 손끝에 뭔가 걸렸다. 딱딱한 것. 처음엔 '이게 뭐지' 싶어서 다시 만져봤다. 분명히 있었다.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쳤다. 별거 아닐 거야, 라는 생각과 혹시, 라는 생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날 밤은 잠을 설쳤던 것 같다.

다음 날 바로 병원에 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선택 하나가 내 이후 몇 년을 결정했다. '설마 별일 있겠어' 하고 며칠, 몇 주를 미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는 차가운 병원 초음파실 침대에 누워서 내가 이걸 어떻게 발견했고 별거 아니지 않나.. 하는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분주해지는 검사실... 그리고 의사의 굳은 얼굴을 보고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다. 


검사 결과는 유방암이었다.

유방암 검진은 꼬박꼬박 받았는데, 왜 몰랐을까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 한 번도 빠뜨린 적 없다.

그때마다 유방촬영도 받았다. 엑스레이...

가슴엑스레이를 찍을 때 가슴을 모아서 찌부하는 방식으로 찍는데 그게 진짜 엄청 아프다. 

방사선사 앞에서 옷을 걷어 올리고, 차가운 기계에 가슴을 눌려가며, 숨 참으세요 소리에 숨을 참았다. 그리고 며칠 뒤, 혹은 그 자리에서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다. 

건강검진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정해진 나이에, 정해진 주기로 받으면, 뭔가 잘못되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이 얼마나 헐거운 것이었는지는,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다.


이상 없다던 검진은 왜 놓쳤을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억울함에 가까웠다. 나는 검진을 안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2년마다 꼬박꼬박, 빠짐없이 받아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그 검진에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을까.

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나는 치밀유방이었다.


치밀유방은 유방 안에 지방보다 유선조직이 많은 경우를 말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유방촬영(엑스레이) 검사에서는 꽤 중요한 변수가 된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유선조직도 하얗게 나오고, 종양도 하얗게 나온다. 흰 배경 위에 흰 그림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치밀유방인 경우 유방촬영만으로는 병변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즉, 사진상 이상 없음이 종양이 없음과 항상 같은 말은 아니라는 것. 나는 이걸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서구권에 비해 치밀유방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립암센터에서도 치밀유방인 경우엔 유방촬영과 더불어 유방초음파 같은 보조 검사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이건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필요한 건 아니고, 자신의 유방 유형과 위험 요인을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다. 나는 그저, 이런 게 있다는 것 자체를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유방암 검진, 몇 살부터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요?
유방암 조기검진 대상과 검사 주기가 궁금하다면 국립암센터의 공식 유방암 검진 권고안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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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자란다는 것의 의미

의사 선생님께 들은 말 중에 오래 남는 말이 있다. 호르몬성 유방암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자란다는 것.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천천히 자라는 거라면, 2년마다 받았던 그 여러 번의 검진 중 어느 시점엔가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사진에는 안 잡혔지만, 분명 거기 있었다는 뜻이니까.

샤워할 때 자가검진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그때도 몰랐다. 오히려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누워 있던 어느 저녁에, 우연히 손에 걸렸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우연이다. 열심히 찾으려 할 땐 안 보이던 것이, 아무 생각 없던 순간에 나타났으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이후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차례로 거쳤다. 지금은 그 치료를 시작한 지 4년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이야기를 다행이라는 단어로 마무리 짓고 싶다. 더 늦지 않게 발견했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

휴.... 진짜 다행이다. 

근데 매번 생각하는 것이 있다. 지금도 떠올리면 너무 아쉬운 그때 그 상황.


검진을 안 받아서 놓친 게 아니라, 받았는데도 놓쳤다는 것. 이 사실을 그때의 나는 몰랐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아직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다음 이야기에서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던 그 순간과 치밀유방이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의사에게 되물었던 질문들, 그리고 검진을 앞둔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치밀유방이라는 말을 검진 결과지에서 본 적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시길 권한다. 그 한 번의 질문이, 나에겐 없었던 질문이었다.


치밀유방이라면 유방촬영만으로 괜찮을까요?
치밀유방에서 유방촬영은 어떻게 보이는지, 유방초음파는 언제 추가로 필요한지 국립암센터 설명을 함께 확인해보세요.
치밀유방·유방초음파 공식 설명 보기 →


그냥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꼭 몇 번의 검사를 더 하고 확실히 이건 아니다! 라는 것을 확인하거나 발견한다면 빠른 시기에 발견하는 것이 어떨까..

그럼 항암을 안 해도 될 수도 있고, 림프전이도 안 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을 수 있으니.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검진 방법과 주기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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